29 october
베네치아에서의 둘째날이다.
첫날 밤엔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이용했던 숙소가 너무.......번잡했다...
이태리의 물가, 특히나 베네치아의 물가가 높은 상황 상...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겠지만..
순간..프라하에서의 숙소가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숙소 사진을 찍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아서 한장도 찍지 않았다;
주인장님께서는 무척 친절하셨고.. 식사도 맛있었지만..
그냥.. 시설이 불만족스러웠을 뿐이다.
뭐 그렇다고 내가 꽤나 까탈스러운 타입은 결코 결코 아니라는 점!
난 누구보다 관대하다구.
도미토리 룸에 빽빽히 들어 선 이층침대에 방문 바로 앞에 있는 식탁...의 조화라니..ㅠ_ㅠ
시끄러웠다.ㅠ_ㅠ 하지만 이불 뒤집어 쓰고 금방 잠이 들었다.ㅎ
혼자하는 여행을 즐기는 편이지만..뜻밖의 동행과 함께하는 것도 즐기는 편이라서
베네치아에서는 같은 방을 쓴 친구와 함께 다녔다.
혼자 여행은 이미 충분히 했기 때문일지도; 그리고 동행이 있어 가장 좋은 점은..셀프샷을 더 이상 찍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하하하!
이렇게 몰래 몰래 내 모습을 찍어주기도 하고 말이지.^^
베니스에서의 절반을 함께한 그 친구는 나보다 한살 위의 언니였고, 피렌체에서 유학 중인데 잠깐 베네치아에 놀러 왔다고 했다.
전공이 비슷해서인지 다행히 코드가 잘 맞아서 우린 좋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후에 피렌체에서 재회함)
여행 중에..서두르지 않는 편이라서 느즈막하게 숙소를 나섰다.
다행히 어젯 밤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그친 상태.. 하지만 하늘은 흐림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문제되지 않았다.
그 순간 베네치아에 두 발을 내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날씨가 비바람이 불고 번개가 쳐도..난 그저 행복했을 것이다.
나의 사랑, 베네찌~아!
숙소를 나와서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걸었다.
지도는 챙겨오긴 했지만 지도가 필요없는 베네치아이므로..
그냥 걸었다.
지도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는?
지도를 봐도 길을 못찾기 때문.ㅎㅎ 이정표를 보고 가긴 하는데...그래도 길을 잘 잃게 된다. ㅠ_ㅠ
그렇게 길을 걷는데 이상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위 사진)
이게 무엇인고..?
비가 올 때 임시로 설치하는 일종의 다리 같은 것이었다.
며칠 뒤 비가 많이 오던 날, 광장에 갔을 때.. 사람들이 저 다리 위로 행보하며 물을 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렇게까지 해아할까 싶기도 하겠지만 저렇게까지 해야하는 곳이 베네치아다.
괜히 물의 도시가 아니었다..
전 날의 비로.. 물이 넘쳐난 풍경..
물가에 난 일부의 인도는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손으로 물을 헤집고 있는 저 곳이 인도다.^^; 인도와 물가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진 모습..
하지만 베네치안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하긴.. 그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겠죠.
우리가 밥을 먹고 잠을 자듯이..
물과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삶에서 물을 제외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일지도.
펼쳐놓은 테이블과 의자가 물 위에 존재하든 말든..ㅋㅋ
여하튼 재밌는 풍경이다.
이러한 광경들을 베니스에서는 아쿠아 알타 (Acua Alta) 라고 한다.
=high water..
베니스의 건물과 모든 것들이 만조 때 바닷물에 잠겨버리는 현상..
베니스에는 이 아쿠아알타 관련 서적과 자료만 모아둔 서점도 있었다+_+
아쿠아알타에 관심있는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 페이지는 아래 링크로~
http://europeforvisitors.com/venice/articles/acqua-alta.htm
심할 때는 허벅지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다닌다고 하는데..(-0-) 배를 타고 노를 휘저어 다니는 사진도 봤다..
바닷물이 완전 섬을 삼켜버리는...
상점들도 침수피해를 입고..
다행히도 내가 베니스에 머무를 때는 그런 일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 바로 아래 사진과 같은 일...ㅎㅎ
▲사진 출처:http://www.provincia.venezia.it/html/photogallery_dett.asp?IDPhoto=142
아쿠아알타현상이 아주 심하면 고생이겠지만...그 정도가 약하다면..그것도 괜찮은 것 같다.
무엇보다.. 반영이 예술이다.
산마르코 광장이 아름답게 반짝거린다+_+ 물론 현지인들에겐 오직 고생뿐일테만 말이다.
요 아래 사진은 셋째 날에 야경을 구경하며 찍은 광장의 모습..
비가 오긴 했지만..그래서 더 아름다운 풍경이다+_+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한다는 곳, 베니스..
그 이유가 물에 잠겨 언제 사라질지 몰라서라고 익히 들어왔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정말.. 베니스가 언젠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라지지 않았으면 해..아름다운 베니스-
아쿠아알타를 즐기며(? 사실은 젖어가는 신발에 짜증도 났지만..) 걷다보니
어느새 가장 유명한 리알토 다리의 근방이다.
아래 사진의 저 하얀 다리...사람들이 옹기종기 올라 있는 다리!
리알토 다리..
다리 아래서는 커다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분도 계셨다+_+
아, 정말...이런 곳에서 예술적 영감을 안받을 수가 없을듯!!!
근데 군용무늬 모자는...ㅎㅎ 이 풍경에 왠지 안 어울리는 것 같으신데 말이지....ㅎ
그림을 뒤로 하고 다리 위로 올랐다.
리알토 다리에서 바라 본 베네치아의 풍경은 정말...입이 떠억- 벌어져서 왜 이 다리가 사랑받는지 알만했다..
감격했을 때 흐르는 눈물이 찔끔찔끔 흘러댔다.
아, 감동적인 풍경입니다..
다리 위에서 상점들이 가득이어지는 모습을 이루고 있었다.
베니스..베네치아는 한걸음 한걸음이 모두 감동인 그런 곳이다.
한걸음도 헛되이 걸을 수 없는 곳.
사랑하는 베네치아.
가장 가고 싶었던...그리고 또 여전히 가장 다시 가고 싶은 도시.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됩니다..^^
posted by. 아이엠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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