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줄리

나의 기억 저장소

이별 4

헤어져서 고맙다고

그 때 친구 S가 이런 말을 했었다. "너 분명 그 애한테 감사하게 될걸? 헤어져서 고맙다고" 친구의 말에 "나도 알아. 그렇게 될 것을 알고 있다."라고 답하긴 했지만 이토록 절실히 감사함을 느끼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어쨌든 (그것이 내가 원하던 원치않았던간에) 헤어졌기 때문에 지금의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인연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고 더 나아가 어떤 사람이 나에게 좋은 사람인지 내 짝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현명함을 더해주었지 않은가. 좋았던 기억만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던 구질구질함 마저 단숨에 너절해버렸다. 나름대로 추억이라 여기며 간직해온 편지나 사진, 선물 같은 것도 모두 해치워버렸다. 정말 추억이라면 가슴 속에 남을 것이고 그것이 추억이다. 그게 바람직한 추억의 이름이다. 물질 따위..

일상 2009.01.13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008 June 15 오랜만이었다. 지난 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 변명과 사과.. 그렇게 나를 헤아려주는 마음이 참 따듯하고 고마웠다. 실은 묻고 싶은게 있었다. 확인하고 싶은 일도 있었다. 진실이 어떤 것인지. 하지만 접어두었다. 아니 이미 오래 전에 꽁꽁 묻어 두었다. 저 깊은 곳에.. 이제와 그것을 굳이 들춰 내어 내가 얻게 될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깐. 진실이든 아니든 변할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 어쩌면 나는 진실을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진실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원치 않던 방향의 진실을 알았을 때 받을 상처가 두려웠다. 상처 받고 싶지 않았기에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는 내가 원하는 진실을 말할 수도 있고 착한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내가 원치 않는 진실을 말할 ..

일상 2009.01.13

마인드에 컨트롤키가 듣지 않는건

늦은 밤 신촌의 밤거리는 시간을 잊게 한다. 많은 사람들 그리고 찬란한 불빛들. 한 낮의 더위를 한방에 몰아줄 듯한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그러자 그녀가 양팔을 벌려 바람을 껴안듯 말했다. "아 나는 태풍을 느낄 수 있어" 그리곤 한 3분 뒤 나는 빗방울을 맞았다. 비를 조금도 예상할 수 없던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우앙! 신기하다며 우리는 방방거렸고 그 덕에 어젯 밤 창문을 열고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렇게, 분명히 기분 좋게 잠들었던 것 같은데 악몽을 꿨다. 악.몽. 어떤 이에게는 악몽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겐 끔찍한 악몽이다. 어젯 밤, 친구와 지난 이야기들을 나눴던 것이 화근이었나보다. 한동안 정말 오랫동안 없었던 내용의 꿈이었다.. 언제쯤 온전히 아무렇지도 않아질 수 있을까..

일상 2008.07.21

새까맣게 아니, 새하얗게

[사진. 2008년 당산역] 비교적 잠시였지만 어쨌든 한 때는 연인의 이름으로 있던 그를 지금은 편안한 친구로 만나는 나를 보며 그냥 막연히, 그저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었다. 혹은 잊었을거라고 그냥 그렇게- 그런데 나 정말 새까맣게 아니, 새하얗게 잊었던거 있지. 그럴 수도 있구나 사람이 잊어버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다행이면서도 조금 서글픈 생각이 들어. 그건 잊어버려야 좋을 일이라서 다행이지만은.. "걔 그 때 전 사람 생각난다고 너 앞에서 다른 여자 얘기했었잖아" 라는 친구의 말을 들은 순간 그제서야. 아 맞다 그랬었지. 라고 그.제.서.야. 잊었던 것들이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 다시 화가 났지만 아마 나는 곧 다시 잊어버릴테지. 어쨌든 다행히도 흐릿해져버릴 것이다. 마치 카메라 렌즈의 초점을..

일상 2008.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