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친구 S가 이런 말을 했었다. "너 분명 그 애한테 감사하게 될걸? 헤어져서 고맙다고" 친구의 말에 "나도 알아. 그렇게 될 것을 알고 있다."라고 답하긴 했지만 이토록 절실히 감사함을 느끼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어쨌든 (그것이 내가 원하던 원치않았던간에) 헤어졌기 때문에 지금의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인연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고 더 나아가 어떤 사람이 나에게 좋은 사람인지 내 짝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현명함을 더해주었지 않은가. 좋았던 기억만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던 구질구질함 마저 단숨에 너절해버렸다. 나름대로 추억이라 여기며 간직해온 편지나 사진, 선물 같은 것도 모두 해치워버렸다. 정말 추억이라면 가슴 속에 남을 것이고 그것이 추억이다. 그게 바람직한 추억의 이름이다. 물질 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