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나'를 방문하던 날의 아침이 아직도 생생하다.
새의 지저귐 소리와 함께 눈을 떴던 어느 날,
날씨를 핑계로 피렌체에 머문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던 그 어느 날에
하늘이 너무 맑고 이뻐서, 역시, 날씨를 핑계로 하여
그날 예정되어 있던 쇼핑 스케쥴을 모두 제치고 '시에나'로 향했다.
홀로 하는 여행의 즐거움중에 하나일 것이다.
내 마음대로 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은.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걷던 '시에나'의 골목길 또한 여전히 생생하다.
좁다란 비꼴로 사이로 붉은 기운이 맴도는 벽을 사방으로 감싸며 걷는다.
창문 형식이 도시마다 틀리다는 점을 재밌게 발견해가며..
그렇게 창문하나, 벽돌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내 발이 맞닿은 '시에나'라는 도시를 이해해가던 순간.
내 키만한 커다란 지도를 들고 정류장을 찾겠다고 걸었던 것이..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 말았던 기억, 가끔씩 떠오르면 웃음이 나는 추억이 되었다.
그때 만났던 동네아주머니..
영어를 하실 줄 몰라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정말 친절하게 마침 가는 길이라며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셨었는데..^^
물론 가는 길이라는 것은 바디랭귀지와 느낌으로 알아들었다.
시종일관 이태리어로 내게 말씀하시던 아주머니의 말씀을..
나는 가슴으로 이해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뭐 자기 주변에도 한국인이 있다고 하신 것 같았는데 말이지..
ㅎㅎ모르겠지만..아마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한국을 좋아하신다고^^
'시에나'는 사실 이태리를 여행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작은 도시이지만
그렇게 지나쳐버리기엔 커다란 매력이 있는 곳이다.
내게는 그 '시에나'에 다시 가야만 하는 이유도 있다.
다른 곳을 둘러보느라고 종탑에 오르는 시간을 놓쳐버렸기 때문이다..흑
생각보다 일찍 클로즈해버리는 바람에...ㅠㅠ
10분만 일찍돌아왔다면, 아니 처음에 이 부채꼴모양의 광장에 머물렀을 때 탑까지 올라갔다면!!!
해야할 일, 하고 싶은 일을 미뤘더니 역시 후회로 남고 말았다.
하지만 언젠가 돌이킬 수 있는 것이라고 위안하며 시에나를 떠났다.
그냥,
숙제 하나 남겨두고 왔다고 생각 중이다.
언젠가 꼭 마무리 될 그런 숙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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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na Italy, octo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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