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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웃는 사람들은 오래 울었던 사람이야 - 그녀가 말했다

아이엠줄리 2011. 8. 4. 18:29






그녀가 말했다.
"크게 웃는 사람들은 오래 울었던 사람이야."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나는 심장이 잠깐 멎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내 어설픈 농담에도 항상 크게 웃어 주었다.
난 그녀가 웃을 때마다 만화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고개는 뒤로 젖혀지고 입은 목젖이 보일 정도로 커다랗게 벌어진 웃음.
물론 그녀는 그런 모양으로 웃은 적이 없지만 내게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렸다.
그 소리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희망은 있어.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우린 다 괜찮을 거야."

한여름 더위가 고개를 숙이는 저녁이었다.
나는 하늘이 보랏빛으로 짙어지고 있는 간선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서서히 불이 켜지는 가로등 덕분에 하늘이 천천히 밝아졌다.
내 사랑도 그렇게 찾아왔다. 그녀의 커다란 웃음이 서른세 번째 터지던 날, 나는 외로움을 잊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2년이란 세월을 황무지 같은 마음으로 살았다.
그때 내가 찍은 사진에는 인물이 하나도 없다.
모두 공원의 빈 벤치나 어두운 도로 같은 삭막한 도시의 풍경들이었다.
그때 나는 길목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는 날, 그녀가 길목에서 나타났다.

마치 어둠이 내릴 때 간선도로에 가로등이 켜지듯이,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사랑이 싹텄다.
그런 그녀가 웃음은 눈물을 감추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그녀의 웃음소리에 끌린 것이 아니라, 그녀의 그림자에 끌린 것일까?
그래도 좋다, 우린 지금 함께 있으니까.

나는 더 이상 태양이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태양이 없어도, 그녀가 빛나고 있으니까.





글 : 책 <그녀가 말했다> 中 - 김석원 저
사진 : canon 350d, Newzealand 2006, iamjulie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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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지거나 마음이 허해지거나 할 때 하는 짓을 또 해버렸다.
책을 장바구니에 마구마구 담아 결제해버렸고, 지금 내 옆엔 읽지 않은 새 책이 수북히 쌓여있다.
보고만 있어도 절로 행복해지는 것을 보니...
이건 어쩔 수 없는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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