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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한국 전시회 '클림트 황금빛 비밀'

아이엠줄리 2009. 4. 2. 12:17



http://www.klimtkorea.co.kr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2/2~5/15 전시중.
16,000원. 인터넷사전매표가능, 현장매표. 예술의전당 회원은 2,000원 할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들이 한국에 왔다!

는 소식을 듣고는 굉장히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불과 4개월 전에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벨베데레 궁전에서 그의 그림을 봤는데 그 그림들을 다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다니, 뭔가 묘한 기분?

그러나 다녀온 측근들의 말을 빌리자면 유명한 작품을 볼 수 없어서 (키스 등) 좀 실망스러웠다고-
드로잉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전시 관람을 미루고 미루다가 지난 주에 다녀왔다. 일본인, 영국인 친구가 한국을 방문했는데 미술전시를 보고 싶다고 하여 마침 클림트 전시가 있으니 가자고 했다.

토요일이라서 더 그러했으리라.
전시장은 사람들로 정말 북적북적 아니 득실득실거렸다.
매표를 해서 전시장으로 들어가는데만 해도 줄이 완전 길게 늘어져 있었다. 와우!

이 광경을 본 영국인 친구는 한국인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큰 것 같다고 감명 깊다고 하였다. 영국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며. 줄을 기다리는 것은 조금 짜증스러웠지만 그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쿠쿠.

티켓 비용은 16,000원으로 비싼 편이었다. 그나마 예술의 전당 회원이라서 2,000원 할인 받아서 위안..ㅠ







전시 초반에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사진처럼 아니 그보다 더 실제같이 그린 그의 실력에 감탄 또 감탄!
그림 속 그녀는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다. 오똑한 콧날은 튀어나올 것만 같았고 핑크빛으로 물든 빰이 두근거리는 것 같아 보였다.

이번 전시에는 클림트의 드로잉 작품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유화 몇점, 베토벤프리즈 등을 볼 수 있었다. 좀 눈에 익었다 싶은 유명한 것은 손에 꼽히지만 그래도 그것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자체가 신기하고 영광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사실 '키스'같은 작품이 우리나라에 오면 오스트리아는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우겠는가. 관광객들이 그러한 유명 작품을 보러 비엔나에 갈텐데 말이다.

현재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벨베데레 미술관에는 클림트의 핵심 작품 15 점이 보관되고 있으며 이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6개 작품 ‘Judith I’, ‘Portrait of Johanna Staude’, ‘Adam und Eva’,‘Allee im Park vor Scholss Kammer’, ‘After the Rain’, ‘Bauerngarten mit Sonnenblumen’ 이 한국 전시회에 출품되었다.



(아래 작품 사진과 설명은 클림트 한국 전시 홈페이지에서 발췌했습니다.)

작품을 보면, 유디트의 손은 오른쪽 하단 코너에 그려진 처참히 잘려버린 홀로페론의 머리에 살며시 놓아져 있다. 클림트의 손에서 그녀는 아름답고, 에로틱하며 위험하리만치 매혹적인 팜므파탈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밑을 바라보며 졸린 듯 살짝 감긴 눈과 약간 벌어진 입술은 그녀를 감싸고 있는 에로틱한 향기를 더욱 진하게 만든다. 분홍빛과 연푸른빛의 작고 짧은 붓질은 유동성 있고 희미한 듯 반짝거리는 유디트를 표현한다. 불투명한 스톨에 반쯤 가려진 오른쪽 가슴과 관객을 유혹하는 듯이 반쯤 감긴 눈빛, 참수당한 홀로페론 머리 위에 얹은 손 등 중앙에서부터 90% 이상의 화면을 차지하며 강하게 뿜어내는 황금빛 유디트의 형상은 단연 작품의 주인공이다. 액자 일부에 잘려나가고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있는 홀로페론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는 남녀를 한 화면에 배치하면서 여성의 내면에 잠재된 치명적 파워를 드러내고자 했던 라파엘전파와 같은 일련의 작가들에게서 자주 나타난 전도된 남녀 비율로 이해될 수 있다.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던 라파엘 전파들은 내용적으로는 중세주의(Medievalism)를 따르고 형식적으로 팜므파탈의 전형을 세웠다. 하지만 클림트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갑옷을 갖춘 유디트를 표현함으로써 보다 강한 남성성을 담은 팜므파탈의 또 다른 프로타입을 제시하고 있다.





이브는 살로메, 유디트와 함께 문학과 미술사에서 팜므파탈 주제의 인기 높은 주인공이다. 클림트는 팜므파탈의 마지막 주인공으로서 이브를 선택한다. 사실 이브는 최초의 팜므파탈 여성상이라고는 하지만 대다수의 시각 작품에서 보면 아담과 함께 죄인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클림트의 작품‘아담과 이브’에서 이브는 매우 당당하고 표정에서는 사뭇 뻔뻔하기까지 하다. 클림트의 이브는 관객이 있는 정면을 향해 작은 미소를 띠고 마치 세상의 모든 빛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듯 여신의 형상으로 서있다. 그 뒤의 아담은 이브와 똑 같은 포즈로 눈을 감고 마치 이브의 그림자처럼 묵묵히 서있다. 유디트와 다르게 이 작품에서의 이브는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 옆으로 젖힌 긴 목 등 팜므파탈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는 있다. 하지만 두 눈을 다 감아버린 아담과는 대조적으로 빤히 정면을 응시하며 동그랗게 뜨고 있는 이브의 눈은 팜므파탈의 전형에서 벗어나 있다. 이는 관객을 향해 할말이 많아 보이는 이브와 유구무언인 아담의 화면배치와 함께 팜므파탈에 대한 클림트식 표현과 구도라 할 수 있다. 이브에 대한 클림트식 팜므파탈의 해석은 이브를 감싸고 있는 오브제들의 표현에서도 나타난다. 본능에 충실한 에로스의 상징인 호피무늬와 이브의 발밑에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다산의 상징 아네모네를 통해서, 이브가 비단 남성 만이 아닌 인류타락의 근원이 될 만큼 파괴적 힘을 내재한 존재로서 정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당한 눈빛을 반짝이는 이브는 죄인의 모습이 아니라 대중을 향해 신탁을 할 것 만 같은 여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클림트의 이브는 보티첼리의‘비너스의 탄생’속 여신보다는 훨씬 강하면서도 발그레 달아오른 두 볼, 빨간 입술, 완벽한 콘트라포스트까지 여성의 양면성을 모두 담고 있다. 지금도 클림트의 이브는 한없이 무기력한 아담을 등 뒤에 잡아 둔 채 관객을 향해 매혹적인 미소를 보내며 서있다.





클림트 사망 일 년 전에 탄생한 이 작품은 일련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특징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잡아 두고 있다. 작지 않은 크기의 캔버스,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화려한 색채 덩어리들, 그 색채 덩어리 속에서 작고 예쁜 손을 뻗으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갓난 아기까지... 화면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강력한 색채와 뜻밖의 주제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품 앞에 한참을 서있게 한다. 1917년 8월 11일에 에밀레 플로제에게 쓴 편지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은 1917년 9월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위해 준비되었다. 항상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물감 위의 덧칠을 반복하며 여인들을 화폭에 담아내던 일반적인 작업과는 달리, 이 작품의 작업기간은 3, 4일에 불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미완성이라는 혐의가 짙으며, 일부 서적에서는 미완성작으로 표기되어 있기도 하다. 이는‘신부’, ‘아담과 이브’처럼 그의 작품 중에서 물감 뒤로 캔버스가 비치거나 캔버스의 일부가 비어 있을시 보통 미완성작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물감이 옅게 칠해져 있거나 캔버스 중간 중간 칠해져 있지 않은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클림트 스스로가 완성작이라고 말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갓난아기는 클림트가 종종 다루는 주제이다.‘Philosophy’, Medicine’,‘The Three Ages of Woman’, ‘Death and Life’,‘The Bride’ 등에 그려진 갓난아기는 인생 순환의 한 고리로서 잠들어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반면에 이 작품의 아기는 매우 밝고 명랑하다. 가벼운 푸른빛이 대조적으로 많이 들어간 화려하고 밝은 패턴의 옷가지가 쌓여있고 그 위에서 작은 손을 꼼지락 거리며 발그레한 분홍빛 볼을 띄고 우리를 내려다 보는 갓난아기는 순수 그 자체다. 여자를 상징하는 심벌도, 죽음 앞에 한낱 연약한 존재도 인생의 심오함을 표현하고 있지도 않은 그저 순진하고 맑고 깨끗하며 즐겁기 만한 삶의 향기를 잔뜩 머금은 사랑스런 아기로 그려져 있다.



클림트를 웬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클림트와 풍경화를 함께 떠오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클림트의 작품 중 25%가 풍경화라는 사실. 클림트의 풍경화에서 우리는 그의 천재적인 색채감과 세심한 붓 터치, 그만의 독특한 공간 해석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클림트의 풍경화는 특별하다. 그는 그 시대에 흔히 사용되던 오페라 망원경의 성질을 이용하여 2차원적이고 평면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하였다. 자연과 주변 공간의 완벽한 조화, 두터운 물감 사용, 밝고 가벼운 다양한 색채에 점묘법까지 접목 된 클림트의 풍경화에는 표면적 긴장감이 팽팽히 흐른다. 아터제 호숫가에 위치한 릿츨베르크는 클림트가 종종 휴식을 취하러 가던 곳이었다. 조용하고 인적이 드물었던 릿츨베르크에서 그는 양조장을 운영하던 폴 올링거의 집에서 머물며 그림을 그리고 수영을 즐겼다고 한다. 릿츨베르크에서 그린 작품들의 대다수가 올링거의 양조장에서 보이는 풍경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그가 그의 조카 줄리어스 짐펠에게 보낸 사진엽서에 근거하여 작업한 것으로 보인다. 작품 하단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터제 호수와 집들 그리고 그 뒤로 가파르게 올라가는 나무 경사지와 코너에 보이는 하늘은 릿츨베르크 사진엽서와 매우 흡사하다.








비엔나에 가서 전시를 봤더나 볼 예정인 사람들에게는 만족스럽진 않을것이나 단 하나의 작품을 봐도 내 눈으로 직접 클림트의 색채를 볼 수 있다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전시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그의 작품을 한번 더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의 황금빛의 비밀 속에 담긴 이야기도 한국어로 충분히 전해 듣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