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줄리

나의 기억 저장소

세계여행/Europe(east)

one fine day. 로마 공항에서의 잊지 못할 최악의 헤프닝

아이엠줄리 2012. 6. 16. 03:58

 

 

 

 

 

 

___one fine day

___18 november 2008
 

 

 

 

라면이 먹고 싶었다.
한국에 들어오기 하루 전날 갑자기 미치도록 라면이 먹고 싶었다. 덩달아 나의 사랑 떡볶이도 떠올라주시고. 흑..
그래서 어제 오자마자 컵라면 두개를 원샷한 것에 이어 오늘도 라면으로 한끼를 두둑히 먹었다.
아마 내일도 라면을 먹을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너구리? 흐흐 아니면 짜파게티? 꺄악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한국에, 집에 돌아왔다. 정말 말 그대로 우여곡절이었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랬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기억난 출국하던 날의 헤프닝..
인천공항의 자동판매기가 내 만원을 꿀꺽해버린 사건-_-


뭐니뭐니해도 압권이었던건 로마공항에서의 사건이었다.
아마 내 인생 최악의 헤프닝으로 기억될 것이다.......부디 그보다 더한 사건은 내게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ㅠ_ㅠ

여행의 막바지였던 로마에서 처음으로 울컥 나의 눈물을 솟게 했던 그 사건...


어느 신문 기사 중 일부,
"항공편 취소로 수백명의 탑승객들이 구내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

그 수백명 중에 나도 있었다.





 

...

로마에는 두개의 공항이 있다. 치암피노 공항과 피우미치노 공항..
나의 항공 스케쥴은 11일 낮 4시경, 라이언에어로 치암피노 공항에서였다.

전날인 10일 로마에서는 버스, 지하철, 기차 등이 대대적으로 파업시위를 벌였다가 저녁즈음 다시 운행되어서
나의 밀라노행 비행스케쥴에는 문제가 없겠거니 하고 안심하며 치암피노 공항에 막 도착했을 그 때, 희안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노숙자를 방불케하는 모습의 사람들이 공항 밖과 그 안에 진을 치고 있었다. 거대한 짐들을 모두 하나씩 갖고 있어 그렇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주저 앉아 있거나 혹은 보딩카운터에 걸터앉아 있거나 혹은 길다란 줄의 행렬에 서 있는 모습. 공항 안 풍경은 그야말로 시장바닥이었다.

그 때 시야에 들어온 유니폼을 입은 사람, 연신 무언가를 설명해대고 있는 그녀에게 나도 가 물었다.
"What happend?" 그러자 그녀는 되묻기를
"You don't know the yesterday's accident?



......-_-...
http://news.bbc.co.uk/2/hi/europe/7719716.stm

후에 찾은 관련 기사다....

어이없는 새떼들 때문에 엔진에 이상이 생겨 벌어진 비상착륙으로 인한 활주로 손상.

어제의 이 사고로 인하여 그 후의 모든 비행스케쥴이 지금까지 모두 취소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ㅠ_ㅠ
말도 안되는 전혀 예상치못한 이 사건...
짐이라도 적으면 말도 안할텐데 여행의 막바지이다보니 짐보따리가 내 몸의 두배는 되는 경지였다.

25유로를 내고 두달여전에 예약해둔 저가항공 티켓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기차로 밀라노를 향할 것인가 or 저 길다란 티켓카운터의 큐에 나도 동참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면 언제나 고통스럽다.

결국 그냥 그 줄의 행렬에 서고 말았고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거의 10시간에 달하는 시간을 그 줄에 서 있었다. 그렇게 오래걸릴줄은 몰랐어.ㅠ_ㅠ

느릿느릿한 융통성이라곤 새똥만큼도 없는 이태리 사람들이란!!!!!!!!! 이런 위급한 상황에 카운터를 하나만 여는게 말이 되냐고!!!
티켓을 이튿날 오전 6시 30분 비행으로 바꾸고나니 그때 시간은 이미 자정을 향해 있었다. 다행히도 항공사에서 호텔을 제공해주어 근방의 4성호텔로 이동했다.
그래도 내가 이 고달픈 유럽여행 기간 중에 4성급호텔에도 묵어보는구나! 라며 스스로를 위로 했다.

그러나 엄청난 사태로 인한 승객들의 인파 덕인지 호텔의 객실은 내 바로 앞 사람이 가져간 키를 마지막으로 동이났다. -_- 아.....
그래서 또 다른 호텔로 이동. 야경이 굉장히 멋진 호수가 바로 앞에 펼쳐진 그런 곳이었다. 야경이 멋지니 괜찮아 라며 또 위로하며...ㅠ_ㅠ

 

[ 좌: 우여곡절 끝에 4시간동안 잠을 청했던 호텔 외관.  우: 그 호텔에서 바라본 멋지다는 야경.. ]




여차저차하여 결국 체크인을 하니 시간은 새벽2시 ㅠ_ㅠ 카운터에 공항가야하는 시간이 이르니 택시를 불러줄 것을 요청했다.
6시반 비행이라고 하니 6시에 출발하면 될 것이라고 하길래 알겠다고 하며 아주 짧은 단잠에 빠져들었고 6시에 택시에 타 바람같이 달려 공항에 다시 도착.
택시 운전기사가 터무니없는 가격의 택시비를 요구했다. 40유로라니!!!!!!!!!!
말도 안되는 엄청난 액수에 버럭(까진 아니었지만) 놀래며 20유로로 해달라고 했는데 절대 안된다며 30유로만 내란다.
더 이상 지체했다간 비행기를 놓칠 것 같아서 알았다며 30유로를 내고 체크인카운터에 갔으나...
이미 보딩타임이 끝났다는 말을 듣고 말았다..................OTL 좌절.

순간 내 눈앞을 스쳐가는 택시비 30유로와 어제 10시간의 생고생, 또 비행기 삯 25유로(이건 좀 싼편이라 위안).
그리고 당일 낮1시로 예약되있는 밀라노의 최후의 만찬 관람 티켓...

아마 그 외의 사고는 멈춰버린 듯했다. 그 순간의 공허함.
기껏 10시간이나 소비하며 기다려서 바꾼티켓인데 놓쳐버리다니!..

진심으로 엉엉 울기라도 하고 싶었다.
돈도 돈이지만, 최후의 만찬은 정말 보고 싶은 그림이었다.....ㅠ_ㅠ


슬슬 동이 터오르는 예쁜 분홍빛의 로마 하늘, 그마저 원망스러웠다. 오죽했으면 카메라를 한번도 꺼내질 않아 사진이 없다.

이점은 지금 조금 후회가 된다. 그 시장바닥같던 공항의 모습을 남겨뒀어야했는데!!!

그렇지만 그 때 나는 정말 아무 의욕도 생각도 없었다.

새벽 6시 30분에 로마 공항에 버려진듯한 이 모습이란..
정신을 추스리고 티켓카운터에 갔더니 오늘 출발하는 비행은 이미 full이고 피우미치노 공항에 가거나
아니면 여기 치암피노 공항에서 다음 스케쥴에 스탠바이로 해놓고 되면 가고 안되면 이튿날 오전 비행기로 밀라노에 가라고 하더군.
그것도 90유로를 패널티로 내면서 말이다.ㅠ_ㅠ

사실 예정대로라면 그 아침에 난 이미 밀라노에 있어야 했다.
이 뭐 같은 이탈리아의 교통 시스템과 서비스와....그리고 뭐 같은 나의 운 때문에....벌어진 말도 안되는 사건.


피우미치노 공항에 가려면 여하튼 다시 로마 떼르미니 역으로 돌아가야했다. 거기서 기차를 타고 30분은 가야 피우미치노 공항..
떼르미니 역으로 돌아가서 결국 그냥 밀라노행 기차를 탔다.
처음으로 타보는 고속열차 유로스타, 59유로.
아...................

결국 나는 25유로에 편하고 조금 돈을 아껴서 가겠다는 심산에 비행기로 이동수단을 택했었는데, 결국 완전 돈 낭비를 하며 결국 기차를 타고 가는구나..




 

 

[ 좌: 밀라노로 향하는 기차안에서. 그제서야 사진을 찍을 정신이 들었나보다. 우: 개고생해서 손바닥에 하룻밤새 굳은살이 덕지덕지 붙어버렸다... ]





이번일로 많은 것을 깨달았다.
포기할땐 과감히 포기할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나는 사고가 났을 때, 진작에 25유로짜리 항공권을 포기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여행의 소중한 하루도
두달전에 겨우겨우 예약해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관람도
쓸데없이 낭비한 65유로도....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도착한 밀라노엔 비가 왔다..
비오는 밀라노, 나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부츠를 구입했다.
부츠모양의 나라 이탈리아, 그래서인가 유난히도 부츠를 신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긴 심지어 경찰들도 신는걸 뭐. 크크. 원래 이탈리아가 부츠가 유명하다고 한다.
여하튼 메이드 인 이태리 라고 바닥에 박혀있는 가죽부츠를 구입하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은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로마, 잊지 않겠다.